독서중에...

호박과 여성은 동급!

금강육묘원 2010. 1. 6. 03:52

아줌마 밥먹구가 오한숙희의 자연주의 여성학 산문집

봄부터 겨울까지, 꽃으로 덩굴손으로 잎으로 열매로 우리 가까이에서 쉼없이 베풀어주는 호박은 정녕 여자와 닮았다.  집안의 온갖 구즌일을 해내는 여자들의 손은 어디든 뻗어나가 파란잎으로 덮어주는 호박의 덩굴 같다.   넝쿨에 가시가 돋았듯이 여자들의  손이 거친 것까지 닮았다.  음식찌거기를 거름 삼아 자라나는 호박은 자식들의 입에서 나온 음식을 마다않고 먹는 어머니를 닮았다.   커다랗고 둥글둥글한 호박을 보면 두루뭉실 나잇살찐 중년 여성들이 연상된다.   묵묵히 가족의 일상을 책임지며 살아가는 듬직한 여성들이다.  호박이 늙으면서 꽃과 같은 황금색을 띄는 것은 몸전체가 이미 '꽃'이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견고하게 주름진 피부에 굵은 씨가 가득한 늙은 호박은 세월이 가르쳐준 인생의 지혜를 가득 품은 노년의 여성 같다.  늙은 호박의 색깔 처럼 여자 노인은 황금 덩이가 된다.  손자들을 거두고 살림을 거들고 푸근하게 이웃을 보듬어 안는 여자노인은 실생활에 귀한 황금덩어리인 것이다.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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