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을 접하게 되면서 느끼는 소회를 달콤한 필치로 엮어 달콤하게 전하는 것이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과수를 배우게 되는 원예학도 들이 부교재로 삼아도 좋을 듯했다.
달콤한 열대/유재현/월간말
베트남 하롱베이 다도해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먹어본 파인애플은 보아왔던 큰 파인애플과는 차이나게작은 것이었다.
날렵한 칼솜씨를 자랑하며 기술로 장사하고있다는 느낌이 한방에 전해 왔다.
놀라운 칼솜씨였다. 그에 따라 파인애플맛도 덩달아 좋아 색다른 체험의 기회였다.
그 순간이 여기 책속에 그대로 전과정이 적나라하게 전개되기에 기록해 둔다.
바나나와 달리 파인애플은입안에 들어오기까지 제법 번거로운 절차를 거야 한다.
파인애플을 통째로사서 먹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알겠지만 파인애플은 다른 과일처럼 껍질을까서 먹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곧 낭패를 보게 된다. 설령 그것을 껍질로 봐 준다해도 그두께가몹시 두꺼우며 쉽사리 껍질을 깔 수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파인애플의 중심에는 먹기가 곤란한 줄기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래저래 먹기가 정말 난망한 과일인것이다.
물론 동남아시아의 시장에서는 이런 파인애플을 작은 식칼하나만으로 귀신처럼 처리해먹기 좋게 만들어주는 상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파인애플을 다루는 실력들은 나라마다 비슷비슷해서 우열을 가늠하기가 대단히어려운데 내 경험으로는 역시 베트남 하노이의 구시가지에서 보았던 이름 모를 아낙이 가장 기억에남는다.
이른 아침 길거리에 열리는 과일시장의좌판에서 보았던 파인애플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 사실 작은 파인애플을 다듬는 것이 큰 것을 담듬는 것 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왜냐하면 섣불리 칼을 댔다가는 먹을 것 없이 뼈다귀만 앙상하게 내미는 경우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날 아침 구시가지의 한구석을 지나다 파인애플 하나를 사 다듬어줄 것을 부탁하고 눈을 돌려 그옆 좌판의 망고 몇알을 샀을 뿐인데ㅠ다시 눈을 돌리자 파인애플을 이미 산산조각이나 비닐 봉지에 담겨 잇었다. 꼼작없이 나는 이 아낙이 미리 다듬어 놓은 것을 주었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시비할것 까지는 없는 일이어서 비닐 봉지를 받아들었는데 이 아줌마는 이윽고 옆에놓인 파인애플 하나를 집어 들고는 칼을 들이대는 것이었다. 그 이후 불과 5초안에 벌어진 일은 필설로 형어하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다. 아마도 어떤일에 입신의 경지가 있다면 그런 것이었을까.
보기에도 둔해보이는 작은 식칼이 파인애플의 꼭지를 간단하게 처내버리고 왼손으로 잡은파인애플을 돌리면서 다듬어내는데 찰나의 순간 나는 작은 식칼이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번뜩이는 거만을 보았을 뿐이다. 이미 파인애플은 비닐봉지 안에 담겨 또 다른 손님의 손에 넘겨지고 있엇다. 나는 일찍이 이와같은 파인애플 다듬기를 구경한 적이 없다. 이같은 가공할 공력의 파인애플 다듬기가 하노이 구시가지의 과일 노점 장사치들 사이에 만연한 것인지 확인할 기회를 갖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생애에 그런 솜씨를 이전에도 이후에도 구경하지는 못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128-129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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