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박완서 산문집
나이들어감은 어쩔 수 없나보다.
글쓰듯이 호미를 가지고 텃밭을 가꾸는 모습이 진솔하다.
그분의 화단에는 책속에서 밝힌대로 백화가 사철 만발해있는 듯 재미있게 기록하고있지만 여느집 화단처럼 잡초를 솎아내느라 바쁘고 힘들고 짜증내고있다. 그래도 이분이라면 백가지 꽃인들 못기를까싶다. 책속에 피어있는 꽃보다 더 많은 종류가 살겠지만 인간으로 사는지라 더 적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심고 호미끝에 뽑힌 것이 많을 테니까?
작가님은 꽃이 너무 좋아 어느새 수다쟁이가 되어있다.
책속에 한 문장을 옮겨보면
- 오늘도 나는 목련나무에게 말을건다.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해줘서 고맙고,
일년초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 스럽게 토닥거려주면서 말을 건다.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
싹트면 반갑다고,
꽃피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내어 인사한다.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꽃 저꽃 어느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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