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중에...

봉숭아 그리고 첫사랑!

금강육묘원 2010. 7. 16. 22:09

 

 

애국가 속의 무궁화 만큼이나 잘 알려진  식물 ,

 봉숭아!

 우리 선조들이 남긴 아름다운 풍습의 하나로 장마철이 다가오면 장난삼아 즐기던 것. 

첫눈이 올 때까지 흔적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며 기대감에 설레게 했던 풍습......

봉숭아 꽃물들이기다.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 그리고 그 때마다 백반과 섞어 이겨 손톱마다 올라 앉았던 봉숭아 꽃물.

손가락에 부여맨채 하룻밤을 무사히 지나고 나면 발갛게 물든 손가락을 쳐다보며

누가 잘 들었나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던 소중한 추억,

이제는 너무 호사스러운 추억이 되어 버렸다.

그나저나 오래전부터 풍습으로 전해진 장마철과 봉숭아 꽃물 들이기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 궁금증에 대한 끄나풀이 재미있게도 첫사랑이란 단어에 숨어있단다.

 

 

 장마철에는 덥고 습도도 높다.

이런 환경은 우리 주변에 수많은 미생물창궐을 동반한다. 

아울러 흡혈성 해충(모기,파리,벼룩)들과 동거동락 해야만 했고,

한여름 밤을 지내고나면 피부에는 그들에게 습격당한 흔적들이 벌겋게 남아 있었다.

잠에서 깨어 정신이 들면 씻지않은 손으로 하루종일 물린데를 긁적거리기 바빴다.

진물이 흐르도록 긁어도 가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같은 긁적거림은 비위생적인 손톱 때문에 피부병을 동반하는 감염으로 이어지고

 피부종기 때문에 고생을 했었다.

그런데 어느순간, 봉숭아 꽃물을 들인 사람들은 종기나 피부병이 생기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러한 생의학적인 지식에 "첫사랑" 이라는 그럴듯한 로맨스까지 얹어

누구나 손톱에 꽃물을 들일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참으로 아름답고 건강한 풍습으로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소설 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실제로 봉숭아 꽃물에는 병원성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는 일종의 항생제 물질이 들어 있다.

그것은 우리들이 꽃의 변화무쌍한 색상,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색, 안토시아닌 때문이다.

안토시아닌이 많이 함유된 꽃의 경우 항생작용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봉숭아 꽃에서 추출되는 안토시아닌은 독성이 강한 물질로 식물의 화학적 방어군 역할을 담당한다.

꽃물을 들인 손톱을 잘 관리하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어른들의 솔깃하고도 막연한 이야기는

자신에게도 그럴 기회가 찾아 올 것이란 희망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며,

막연하드라도 그 같은 날을 기대하며 모든 이들은 자연스럽게 손을 자주,

그것도 깨끗이 씻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발갛게 물든 손톱이 잘 보이도록 말이다.

"봉숭아 항생제"는 물을 만날 때 마다 녹아 서서히 방출되고,

손톱주변에 감염의 기회를 노리고 진입한 미생물들의 증식을 억제하게 된다.

이같은 상태가 유지 된다면 깔끔한 용모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결과 일터,  그

리고 그러한 용모를 가진 사람들과 스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흔들고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모두가 어렵던 시절은 육체적 건강함만 으로도 충분한 아름다움과 멋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장마철은 다가 온다.

우리도 한번 봉숭아 꽃물에 관심을 가져 볼 여유를 찾아 보자.

 

감사합니다.

금강의 독서 감상문이었습니다. - 자연, 뒤집어 보는 재미/ 박병권 지음/이너북 중에서